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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이하 UHC)은 최근 국제보건의료분야 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개념이다. “모든 사람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양 질의 필수 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WHO, 2013)” 하고자 하는 UHC는 2016년 을 기점으로 향후 15년간 국제개발협력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유엔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의 핵심적인 정신 중 하나인 “Leave No One Behind(한사람의 예외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에 대한 보건의료분야에서의 실천적 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Watkins, and Kevin, 2015).

2015년 말, 지난 15년 동안 국제개발의 아젠다를 지배해온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15년간의 새로운 목표로 지속가 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이 제시되었다. SDGs에서 제안하고 있는 17가지 목표에는 보편성(universality)의 정신을 표방하는 ‘모두를 위하여(for all)’라 는 표현이 곳곳에 등장한다. 빈곤 타파, 건강과 복지 향상, 교육, 식수와 위생 보장, 일자리 보장 등 7가지의 목표에서는 명시적으로 “모두를 위하여(for all)”라는 용어가 성문화되었 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10개의 목표역시 각 아젠다들의 보편적 적용을 주문하고 있어 향 후 15년간의 SDGs의 대상은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기존 MDGs가 극심한 빈곤과 질병, 분쟁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들 위주의 목표를 제시하고 관 련 부문의 공여국의 재정적 지원 강화(aid)를 장려하였다면(WHO, 2015b), SDGs에서는 국제개발협력의 적용범위를 선진국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두’로 확장하면서 범국가적 보편 강민아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보편적 건강보장의 이론적 원칙과

현실적 실천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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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현안 주의의 실현, 그리고 국가 간의 불평등 해소를 명시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Hossein-poor et al, 2014). 이와 같이 UHC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전체를 포괄하는 전 지구적 보건의료분야의 우 선과제로 대두되어 옴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개념에 대해 어떠한 합의나 명확한 정의가 제 시된 것은 아니다. 오늘날 UHC에 대해 가장 널리 적용되는 개념화의 방법은 아마 UHC의 다차원적 측면을 강조하는 ‘보편적 건강보장 큐브(이하 UHC 큐브)’일 것이다. UHC 큐브는 UHC에 대한 초기의 논의가 보편주의에 기초한 건강보험제도(Universal Health Insur-ance) 구축에 한정되어 질병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단일차원에서 논 의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모두를 위한 건강보장’이라는 개념으로 확대하면서 UHC 를 건강보장 대상 집단의 크기, 제공되는 보건의료 서비스(혹은 급여)의 범위, 재정적 보장 의 범위라는 3가지의 측면으로 설명하는 모델이다(WHO, 2015a).

그러나, UHC 큐브에서 각 차원(dimension)에 해당하는 ‘보편적(universal)’, ‘건강 (health)’, ‘보장(coverage)’이라는 3개의 단어는 각각 함축적인 의미와 함께 모호한 경계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건강보장에서 의미하는 ‘모든 사람’ 은 과연 한 지역이나 국가 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가? 모두에게 보장되는 보 건의료서비스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을 재정적 어려움으로부 터 보호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으며, 실제로 UHC라는 목표가 얼마만큼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판단 역 시 현실적으로 녹록하지 않다. 더구나, UHC의 달성에 관해서는 고정적(static)인 시점에서의 측면뿐만 아니라 시간이 라는 또 하나의 차원을 반영하는 역동적(dynamic)인 측면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예 를 들어, UH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큐브를 구성하는 3가지의 차원에 있어서 차원 간에, 그리고 각각의 차원 내부적으로도 시간과 순서의 개념을 반영하여 대상 집단이나 보장서비 스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역동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이 여전히 개념이 모호한 단계에 있는 UHC의 의미를 실천적 차원 에서 재검토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UHC 큐브의 3가지 차원에 관한 논의 중에 서 SDGs의 중요한 원칙인 ‘모두를 위하여’라는 보편주의적 접근에 관한 실천적 의미에 관 해 논의한 후, UHC에 관한 고정적인 접근과 역동적인 접근을 구분하여 설명함으로써 UHC의 현실적 달성에 관련된 이슈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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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편주의 원칙의 적용으로서의 UHC: “모두를 위하여”의 현실적 실천

UHC가 표방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for all)’ 건강보장은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구 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적어도 이론적인 측면에서의 논의는 그 역사가 짧지 않다. 특히 사회정책 분야에서 정책대상자의 보편성은 소위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에 관한 고전적인 논쟁과 더불어 사실상 오랫동안 논의되어왔던 개념이다. 적절한 서비스나 급여의 수혜를 국민의 권리로서 지칭하면서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표방하는 보편주 의(universalism)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주의(selectivism)와 대비된다. 보편 주의는 어느 국가나 사회에서 출생하거나 거주하면서 소속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간주하 는 원칙으로서 소속된 일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선별주 의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책대상을 선정하고 선정된 대상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을 제공하 는 방식이다. 보편주의자들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인구사회학적 특징이나 정치경제적 특성 에 관계없이 정부가 제공하는 급여와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 을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로서 보는 반면, 선별주의자들의 경우 이러한 혜택은 정해진 기준 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시혜적으로 주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중요한 차이이다. 필수 건강 서비스를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는 보편주의 원칙은 건강권(Right to Health)의 개념과도 부합한다. 1946년 채택된 세계보건기구 헌장(World Health Consti-tution)에서는 인류의 행복, 조화로운 관계 및 안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원칙으로서 모든 인류가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경제적 혹은 사회적 조건에 의한 제약 없이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를 건강권으로 정의하였으며(WHO, 1946)1), 이러한 메시지 는 1978년 알마아타 선언(Declaration of Alma-Ata)을 포함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보장에 대해 보편주의와 선별 주의적 접근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1) The enjoyment of the highest attainable standard of health is one of the fundamental rights of every human being without distinction of race, religion, political belief, economic or social condition. The health of all peoples is fundamental to the attainment of peace and security and is dependent upon the fullest co-operation of individuals an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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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현안 표 1.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비교 구 분 보편주의적 접근 선별주의적 접근 주요내용 • 건강권에 입각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함 •권리의 개념 •수혜자격과 기준의 균등화가 핵심적 개념 • 대상자를 사회적이거나 신체적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에 따라 구분, 또는 자산조사 이용 •수혜를 받을만한 자격에 관한 논쟁 •효율성이 핵심적인 개념 장점 •심리적, 사회적 낙인 없음 •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필요; 집행이 상대적 으로 용이 •사회적 효율성, 통합성 유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나 급여를 집중해서 제공 • 자원의 낭비 방지 • 경제적 효율성 유지 단점 • 한정된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 • 자산조사 등의 선정 과정에서 낙인효과 발생 가능• 선정 기준에 맞추기 위한 왜곡된 행동 가능 자료: 신영수 외(2013) - Gilbert & Terrell(2013) 논의 재정리

[표 1]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선별주의적 접근은 특정한 기준에 근거하여 대상자를 선정하여 혜택을 제공할 때 가장 비용효과적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에 근거한 방식이다. 반 면, 보편주의적 접근은 소위 ‘국민 모두’를 포괄하여 정책대상자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이 러한 사회적 포용성이 사회적인 연대감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효율성을 제고한 다는 가정에 근거를 둔다. 선별주의 접근법에서의 대상 선정 기준은 다양하나 주로 진단적 기준(예: 장애인이나 특정 질병 대상), 혹은 자산기준(예: 빈곤선 이하)의 적용이 가능하다 (Gilbert & Terrell, 2013). 그러나 선별주의 기준에 근거하여 대상자를 선별한 뒤 보건의 료서비스 및 급여를 제공할 경우, 정책의 실행과정에서 수혜 대상자의 수치심을 유발할 뿐 만 아니라 (수혜)대상자와 비대상자 간의 간극을 발생시켜서 사회적 연대감을 저해할 우려 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한 국가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의 적용에 있어서도 대상자 포괄 범위를 규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예를 들어, 국민 혹은 시민의 범 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격요건은 무 엇인가?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 수가 증가하는 이주민 중에서도 ‘미등록 체류자(un-documented immigrants)’, 난민 등과 같이 거주나 소속의 형태가 아직 불분명한 경우에 그들을 보건의료서비스 등 사회복지 혜택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사회의 합법적인 구성원 으로 받아들이고 보장의 혜택을 제공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는 무엇보다도 보편성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해석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필요 로 할 것이다(주민지, 2015). 또한, 분명 그 나라에서 출생한 엄연한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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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계인권선언(1948)2) 및 아동의 권리에 의한 협약 (1989)3)에 의하면, 문서로 기록된 성명과 국적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출생과 사망에 대한 법적기록을 갖 고 있지 못한 국민들이 다수 존재한다. 전 국민의 출생등록이 의무화되어 있는 한국의 제도 와는 달리, 세계의 많은 개발도상국들 내부의 출생등록률은 여전히 매우 낮다. 특히, 상당 히 많은 수의 국가들에서 여성과 아동의 출생등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UNICEF(2013)에 의하면 2012년에만 약 5천 7백만의 아동, 즉 10명 중 4명의 아동의 출생이 등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Setel 등(2007)은 Lancet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와 같이 낮은 출생등록률의 문제를 이른바 ‘국제적인 스캔들 (scandal of invisibility)’이라 일컬으면서, “보이지 않는, 셀 수 없는, 그래서 통계적 수치 로 잡히지 않는(unseen, uncountable, and hence uncounted)” 인구의 수가 적지 않은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보편주의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탄생부터 혼인, 이혼, 사망에 이르 기까지 전생애적 사건에 대해서 한 국가의 법령 및 제도에 근거하여 지속적, 영속적, 의무 적, 보편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법적으로 문서화하는 주민등록(civil registration) 제도의 구축은 UHC의 실행에 있어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음에도 매우 중요한 정책적 이슈이 다. 출생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국민으로서 받아야 할 당연한 프로그램 서비스나 급여 의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 시 보호 등 각종 국가적 차원의 보장에서 배제 될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게다가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됨으로 인해 인신매매 등 사 회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결국 보편성의 실현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지게 된다. UHC 정책 결정을 위해서 사회구성원에 대한 정확한 출생자료, 사망 자료, 사망원인 자 료 등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우선, 이러한 자료는 보장 서비스의 전달 및 집행 대상자의 명 확한 수를 파악하고, 제도 집행의 실적 및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정확한 통계 산출, 향후

2)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UDHR)

Article 15. (1) Everyone has the right to a nationality. (2) No one shall be arbitrarily deprived of his-nationality nor denied the right to change his his-nationality.

3)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CRC)

Article 7. 1. The child shall be registered immediately after birth and shall have the right from birth to a name, the right to acquire a nationality and. as far as possible, the right to know and be cared for by his or her par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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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현안 보장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환류(feedback)에 유용하다. 또한, 민주주의 실현의 측면에 서 보장 정책의 결정에 대한 참여와 의견 수렴의 대상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도 대상자 범 위 및 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

3. UHC 큐브의 실천:

‘효과적 보장성’과 UHC에 대한 ‘역동적(dynamic)’ 접근

가. ‘효과적 보장성(effective coverage)’으로의 확대

UHC 큐브의 3가지 차원에서, ‘Universal(보편성)’은 대상 집단의 크기나 범위, 즉 누구 를 정책의 대상으로 포함하는가에 대한 논의인 한편, ‘Health(건강)’는 보장되는 대상 서비 스나 급여의 범위에 관해, 즉,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떠한 보건의료 서비스나 급여를 포함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세 번째로 ‘Coverage(보장)’는 보건의료에 관해 재정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UHC를 3가지 측면에서 정의하는 것은 나름 중요한 의의가 있다. 우선 초기 의 UHC에 관한 논의가 보건의료의 재정적인 보장의 측면에만 한정되어 건강보험제도의 구축에 관한 논의에 머물렀던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 으로부터의 보호(financial protection)와 함께 건강을 유지 혹은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보 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보장(service coverage)이라는 2가지의 과제를 포괄하게 되 었다. 그 결과,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Universal Health Insurance)의 구축과 국민 모두 를 위한 건강보장제도(Universal Health Coverage)확립에 있어 둘 간의 차이점을 명확하 게 제시하고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비교 적 단기간 내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무화된 법적 제도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급여보장성 강화 및 재정부담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다른 두 가지 차원에 대한 문제는 기존 제도로는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당면과제로서 지적되고 있다. 한편 UHC에 관한 논의가 ‘건강보험 제도의 구축을 통한 재정적 보호’에서 현재 ‘보건의 료 서비스의 보장과 재정적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확장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UHC가 달성해야 할 과제로 그러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한 결과로서 ‘건강향 상에 대한 기여도’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효과적인 보장(effective coverage)은 건강향상 효과를 반영한 보장 정도를 의미하는데, 기존의 보건의료에 대한 보장의 개념이 불가능성 (affordability), 접근가능성(accessability), 이용가능성(availability)에 관한 것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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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 보장은 서비스의 실제 이용(utilization) 및 효과성(effectiveness), 그리고 질적 수 준(quality)까지 포괄하는 차원의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즉,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그로 인한 재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과제의 실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층 더 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그러한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하며 궁극적으 로 인구집단의 건강 향상까지 UHC 목표에 모두 포함하는 접근방식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 다. 이러한 목표범위의 확대는 결국 UHC 달성에 있어 개별 국가들의 책무성을 더욱 명확 히 하고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나. UHC 큐브의 실현에 대한 역동적(dynamic)인 접근:

“층계 피라이드(Step Pyramid)”

대상 집단, 대상 서비스, 재정적 보호라는 3가지 차원에서 UHC 큐브를 실현할 경우, 이들 3가지 차원간의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건강보 험제도의 경우,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험 제도를 구축하는 대상 집단의 포괄성 확보를 우선 순위로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재정적 부담의 경감이나 급여보장성 강화 등의 논의는 자연 스레 후순위로 미루어졌다. 그 결과,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전국민의 의무적 가입을 통한 대상 집단에서의 보편성은 달성하였으나 건강보험 급여수준이나 재정적 보호에 있어서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어서 보장성 강화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 이 국가별 정치적, 역사적, 사회문화적 실정에 따라 UHC의 세 가지 차원 증 어떠한 측면 을 우선시 할 것인지에 따라 실행 순서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UHC에 대한 고정 적인 접근은 이와 같은 세가지 차원 간의 상대적인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UHC에 대한 고정적인 접근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로는, UHC의 세 가지 차원에 대한 국가 전체의 평균값만을 보여줌으로써 사회 내 인구집단 간의 불평등을 제시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Robert et al., 2015). 이를테면 국가수준에서의 평균치로 나타난 건강보장 의 정도는, 저소득층이나 소수인종 등 소외계층들이 경험하는 접근성의 문제를 제대로 보 여주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일정 시점에서 발생하는 집단 간 불평등에 관해 보여주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보장성 강화 정책의 결정에 있어 어느 인구집단, 혹은 어떤 분야의 보건의 료 서비스의 보장성 문제를 먼저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우선순위 문제를 간과하게 한다. 이 러한 현상에 대해 Roberts 등 (2015)은 정책결정자들은 어떠한 하부집단에 대해 어떠한 서 비스를 먼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UHC 큐브에서 한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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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현안

발전한 차원의 ‘층계 피라미드 모형(the step pyramid diagram)’을 소개하기도 하였다([그 림 1] 참조). 그림 1. 기존의 UHC cube(좌) 및 층계 피라미드 모형(우) 자료: Roberts et al.(2015). 예시로 제시된 층계 피라미드 UHC 모형은 우선 국민을 소득계층에 따라 세 개의 집단 으로 구분한 후 보건의료서비스의 군을 나누는데, 예를 들어, 일차 진료와 예방적 서비스, 외래진료, 종합병원 서비스, 대학병원 서비스 등의 군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각 소득집단과 보건의료서비스군 조합에 관한 재정적 평균 부담률을 계산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추정한다. 이러한 UHC 층계적 피라미드 모형은 UHC를 달성하기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하부집단별, 보건 의료 서비스 군별 현황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고 집단 간, 서비스군 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하부집단의 건강 보장률을 계산하려면 국가보건의료계정뿐만 아니라 하부집단별 본인부담률, 보험가 입 상황, 소득, 보건의료 서비스 군별 보건의료 서비스 사용률 등 매우 방대하고 상세한 자 료가 축적되어야 가능하다.

4. 나가며: UHC의 실현을 위하여

한 사람의 예외도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를 포함하고자 하는 보편성의 개념을 전 지구적 인 과제로 제시한 UHC는 다분히 야심적이고 모호하기에, 현실적 실현가능성에 대한 반론 이 충분히 제기될만하다. 특히, 급격히 증가하는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에 비해 턱없 POPULATION: Who is covered? Source: Adapted from Rdf.1.p.12

SERVICES: Which are covered? COSTS COVERED: Covered by pooled resources

Source: Authors POPULATION:

Who is covered? SERVICES:Which are covered? COSTS COVERED: Covered by pooled re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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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족한 정부재정으로 이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모두를 위한 보 편주의적인 건강보장이 과연 실천 가능한 목표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HC를 실현가능한 목표, 혹은 실현되어야 하는 목표로 보는 시각 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UHC 달성에 수반되는 재정적인 부담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 고 있는 경제학자들도 실현가능성에 대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들은 주로 UHC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비용효과성의 측면에서 실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예컨대 Amartya Sen(2015)은 태국, 르완다, 멕시코, 브라질, 방글라데시의 사례를 들면서 국가재정이 풍족 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도 UHC 실현을 위한 정책적 시도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그 는 그러한 시도가 가능한 이유로서 ⅰ) 보건의료서비스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며, ⅱ) 질병의 치료나 예방에 있어서는 보편적 접근이 오히려 비용 효과적이고, ⅲ) 보건의료 서비스는 대 부분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공유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며 ⅳ) 전염성 질환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에 더하여, Sen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혜 택은 단지 국민의 건강을 향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을 강 조함으로써 UHC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목표임을 강조하였다. 최근 44개국의 경제학자 100인이 발표한 성명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제학자인 Summers(2015)는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건강수명(Life-Years Gained, LYs)이 소득증가 분의 24%를 구성한다고 주장하면서 UHC가 갖는 장점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에 따르면, 건강보장은 건강 그 자체의 근원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제도적 기제로서 중요하다. 즉, 건 강은 행복한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면서 나아가 빈곤을 타파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루 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또한, UHC를 중시하는 의료체계는 위급한 재난적 상황에서 재 난이 가져오는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으며, 평화로운 시기에는 보다 응집된 사회를 구축하 는데 기여한다. 한편 Summers는 사회의 응집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10배 이상의 경제적 효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빈곤층을 우선시하는 UHC가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한다고 주장하 기도 하였다. 나아가 그는 현재 100여 개 이상의 국가들이 UHC의 구축을 시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조세제도의 개혁과 혁신적인 재정확보 방안들을 통해 UHC 달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그렇다면 정말로 “모두를 위한 건강 보장”을 촉구하는 UHC는 실현가능한가? 일찍이 이루어낸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볼 때, 진정한 의미의 보편주의적 UHC의 실현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보인다. 과연, ‘ 모두’는 누구를 포함하며, ‘어떤’ 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하며, ‘얼마만큼’의 재정적 부담을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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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현안 어줄 수 있어야 충분할지, 그리고 나아가 어떤 집단에게 어떤 서비스부터 보장할지에 관한 우선순위의 결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신의료기술의 출현과 고령화 등에 따라 보건의 료서비스의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복잡해지 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편적 건강보장의 원칙과 가치를 실현하는 UHC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충분한 합의의 과정이 없이는 실현가능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것이 다. UHC의 현실적 실천을 위한 재정의 확보, 우선순위의 설정, 대상 집단과 보장서비스 범 위의 설정과 같은 난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의 가치와 선호를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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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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